어느새 3월이네요. 2024년 새해가 엊그제 같았는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까요? 어렸을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길 바랐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따라잡기 벅차곤 해요. 그래서 전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표현보다는 강물처럼 흐른다는 표현이 더 알맞은 것 같아요. 화살을 뜻하는 ‘쏜살’은 어딘가에 꽂혀서 멈추기라도 하지만, 강물은 멈추지 않으니까요.
흐르는 세월 앞에선 강산만 변하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도 변하는 법이죠. 새로운 카페, 새로운 식당, 새로운 프랜차이즈…… 때때로 새로움은 곧 아쉬움이 되기도 해요.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서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가게들이 사라지기도 하니까요. 오랜 시간 그곳에 깃들었던 우리의 추억과 함께요.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고 한들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은평구 주민들을 반겨주는 가게들이 있어요.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 동네에 남아 있는 로컬 브랜드들. 은평구 토박이들은 모를 수가 없다는 ‘그곳’들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1. 봉희설렁탕
김영삼 前 대통령의 단골가게로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던 설렁탕 전문점 봉희설렁탕. 1981년도에 문을 연 이곳은 어느새 은평구에서만 40여 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로컬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매장은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는 등 소소한 변화를 거쳤지만, 구수하고 진한 설렁탕의 맛만큼은 여전히 은평구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2. 마마수제만두
산동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마마수제만두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11년 연속으로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된 식당이에요. 비단 블루레이 서베이가 아니더라도 매일 끊이지 않는 은평구 주민들의 발걸음이 마마수제만두의 변함없는 만두 맛을 증명하죠. 만두뿐만 아니라 갈색 춘장이 상징인 산동 짜장도 꼭 맛보시길 바라요.
3. 장가구
82년부터 지금까지 40여 년 가까이 역촌동과 함께한 중국집 장가구. 매장 앞엔 최신 표지판을 세워놓았지만 매장 안에는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면발의 쫄깃함과 춘장의 맛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짜장면의 가격은 단돈 5,000원. 40년 동안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이어진 ‘장인의 손맛’은 아이들에겐 제대로 된 중국요리의 맛을, 어른들에겐 추억 속 짜장면의 맛을 선사한답니다.
4. 솔밭식당
1999년 영업을 시작한 생고기 숯불구이 전문점 솔밭식당. 노란색의 오래된 간판이 돋보이는 솔밭식당은 뽈살과 하얀살 등 돼지고기 중에서도 특수부위를 취급하는 곳이에요. 특이하게도 숯불 대신 연탄으로 고기를 구워주는 이곳은 여러 차례 방송을 타기도 했죠. 어린 시절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곳이니, 고기의 맛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겠죠?
5. 도투리 샤브칼국수
무려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2023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에 선정된 도투리 샤브칼국수. 양지와 소뼈를 12시간 동안 끓여서 육수를 만드는 칼국수와, 반죽에 도토리 가루를 넣은 만두는 4대째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나타날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하죠. 매장은 주문용 태블릿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거쳤지만, 50년 넘게 불광천과 함께한 그 맛은 그대로랍니다.